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 이정녀

2025년 International Society of Thrombosis and Haemostasis (ISLH)가 캐나다의 노바스코샤 헬리펙스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문득 어린시절 소설과 만화에서 보았던 빨간 머리 앤이 생각나고 그 시절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소망이 떠올랐다. 다행스럽게도 부산의 젊은 교수들이 학회를 참석한다고 하였고, 5월초에는 연휴가 겹쳐 있어 비교적 여유있는 일정을 잡을 수가 있어 함께 머나 먼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은 만화 또는 소설로 유명한데 앤의 유년시절부터 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거쳐 결혼까지 이후 1차 세계대전 시기 등의 여러 이야기들이 있으며 각각의 작품으로 또는 이를 묶어 전집으로 나온 것들이 다양하게 있다.

소설 속의 주요 배경인 애번리 마을은 프린스 아일랜드 섬 북부의 캐번디시에 있는데 노바스코샤 주의 헬리팩스에서부터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샤롯타운까지 차로, 배편으로 이동하고 여기에서 다시 1 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곳으로 가면서 얼마나 이 땅이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간간이 개나리와 수선이 피어 있는 조용하고 한가로운 전형적인 캐나다 시골마을로 붉은 색의 흙과 농장들이 보였다.

여기에는 소설을 읽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Green Gables Heritage Place가 있는데 초록색 지붕을 가진 집에는 앤의 방, 부엌과 머릴러의 방, 마굿간 등이 소설 속의 내용대로 구성하여 전시되어 있었고, 근처에 있는 몽고메리 작가의 생가를 구경하면 1900년 대 초기의 캐나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셍활 방식과 생각들을 어렴풋이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문득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하동의 평사리 최참판 댁이 떠오르고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허구만은 아니고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6월 중순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관광시즌이 열리기 때문에 지나치게 조용하게 구경할 수 있어 이 또한 좋았고 샤롯타운에서의 일정을 보내고 ISLH 학회가 열리는 헬리팩스로 돌아왔다.

ISLH는 진단혈액학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녀온 경험이 있을거라고 생각된다. 학회 전날의 education workshop과 혈액질환에서의 flowcytometry, molecular testing, digital hematopathology 및 quality improvement 등으로 구성되었고 진행방향과 내용은 국내 학회와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임상의가 많이 참여하는 ASH(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 또는 EHA(European Hematology Association)에 비하여 대부분이 진단검사 분야이므로 참여 분야가 넓었고 비교적 여유있게 진행되어 이 또한 좋았다. 학회를 다녀오면서 학회 내용이 아니라 여행한 얘기만 주저리 주저리 하게 되는데 경험상으로 이른 아침 8시부터 시작되어 밤 9시 너머까지 진행되는 학회를 갔을 때 그 자리에서는 뭔가를 새로이 배운 것 같아 뿌듯했는데 귀국해서 돌이켜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고 차라리 함께 참석하였던 동료 교수와 함께 먹었던 크렘 챠우더 수프가 맛있었다는 기억이 더 오래 갔다.

해외 학회는 병원에서 내가 하고 있는 검사 영역 또는 연구 분야가 얼마나 새로운 경향을 따라 가고 있는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면서 병원을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를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함께 학회를 갈 수 있는 동료가를 있으면 동행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만드는 기회를 자주 가지기를 권하면서, 2025년 ISLH가 열린 캐나다 일정에 함께 한 부산의 후배교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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