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진단검사의학의 발전은 매우 눈부시다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학회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큰 몫을 하였고 더불어 환자 진료에 필요한 각종 검사의 발전에 그 이유가 있다 하겠다.
대한진단혈액학회 창립총회에서 조한익 초대 회장님께서는 학회란 매일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학문과 검사기술 발전을 공유하고 동지적
일체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모임이라고 하셨다. 최근 진단혈액학과 관련된 학문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의지를 갖게 하지만 실제 모든 검사기기나 방법들이 기 확보된 것들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CBC 관련 장비들의 발전상만 보아도 기본 CBC 검사뿐 아니라 최근에는 오히려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각종 정보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고 이들의 유용성을 찾는 논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들은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들이 무엇을 해야 앞으로 병원내 입지가 더 공고해지고 새로 시작하는 젊은 전문의들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우연한 기회에 외국 진단혈액 기기 회사의 R&D에 참여해서 같이 일할 기회를 갖게 되어 짧은 기간이나마
얻은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여러 나라에서 일하는 진단혈액 전문가들을 만나서 교류하면서 얻은 교훈은 우리 진단혈액을 전공하는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들이 매우 높은 경쟁력을 가진 사람들이구나 하는 사실이었다. 나만 그랬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뭔가 더 앞서가는 것이 있겠거니, 그 바탕이 되는 것에서 우리가 취약하겠거니 생각했었던 것이 다 근거 없는 열등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나 또한 우리가 더 앞서 나가기에 어려운 이유도 일부 깨닫게 되었다.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첫째, 우리나라의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제도와 같은 시스템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제도이다. 이런 점은
때로는 우리들을 어렵게 하기도 하나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우리처럼 검사 전반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따라서
어디에 벽이 있는지를 잘 아는 집단이 없다. 이런 벽은 비단 검사실내 뿐 아니라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의사 쪽 문제부터
환자, 병원 당국, 검사의 질적 측면까지 우리는 자동적으로 꿰뚫고 동시에 생각한다. 우리들은 의과대학 교육은 물론 인턴과정을
거치면서 환자 진료에서의 직접 경험을 가지고 있고 끊임없이 임상의사들과 교류하면서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어야만 살 수 있다는
대전제하에 일하고 있는 고급 전문가들이다. 이런 바탕을 가진 진단혈액 전문가들을 외국에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2. 둘째, 국내 병원들은 중앙 검사실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다 잘 알다시피 선진국들에서는 대개 임상에 검사실이 붙어있는
경우가 흔하고 우리와 같이 검사실 전반에 걸쳐 트레이닝을 받고 전문의가 된 후 세부전공을 깊게 공부하면서 동시에 검사실 일원으로
근무하는 시스템은 드물다. 예를 들면 진단혈액 전공 전문의라 해도 미생물 배양 검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얼마만에 결과가 대개
보고되고 결핵은 다른 세균과 어떻게 다르게 진단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검사실 전반에 대한 이해는 모든 다른
파트에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다른 전공분야에 가장 최신 학문적 지식은 따라가지 못한다 하여도 동료들과 교류하여 서로의
발전에 필요한 부분에 기여하기 용이하다. 20년 전 미국에서 연수중에도 flow cytometry lab에서는 이미 20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바로 옆에 있는 molecular cytogenetics lab에서는 몰라서 이용하고 있지 못하는
걸 본 경험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병원이 HIS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각 검체가 어떤 의미를 가진 검체인지 상세히 알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 하겠다.
3. 셋째, 국내 기술력이 선진화되어 있다. 그 동안은 내수 시장이 작으니 국산 진단검사장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는 생각이었으나
생각해보면 조선업은 배를 국내에서 많이 소모하여 발전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행이 국가에서도 의료기기를 포함하는 바이오의료가
미래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부문으로 지정하여 지원할 것으로 기대되니 이제야말로 국산 최우수 진단검사 장비개발에 도전해볼 수
있는 때가 아닌가 한다. 산업계의 기술력이 필수인데 잘은 모르나 로봇도 만드는데 우리나라 기술력이 부족해서 진단검사장비 개발을
못 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장비라는 것이 반드시 전혀 다른 원리의 완전히 새로운 항목의 검사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존 검사에 우리만이 아는 작은 불편을 없애준다든지, 우리가 원하는 작은 사항을 추가하거나 개선해
준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새로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세부전공과 함께 join할 수 있는 장비라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연필 끝에 지우개를 합친 것은 유명한 성공 발명인 것을 다 잘 아실 것이다.
4. 최근에는 제약업계에서도 과거와 달리 매우 우수한 임상의사들을 영입하여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한
이상 효과가 없으면 절대 계속 투자될 리가 없음을 감안하면 우수한 임상의들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진단기기업계에는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활용이 미미한 실정으로 보인다. 국내 활동만을 위해서라면 곤란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내 대리점을 운영하시는 회원회사들에서는 우리 전문의들의 역량을 본사에 적극 소개하여 공동 연구 기회를 많이 우리나라에서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 단순한 평가 연구가 아닌 진정한 R&D에 참여 시키면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큰 꿈을 갖는다면 국가에서 이러한 우리들 역량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하여 조선업을 발전시킨 것처럼 진단검사기기
개발업을 발전시킬 기회를 준다면 우리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들이 나아갈 또 하나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디
우리 스스로를 믿고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자리에서 우리의 역량을 알려주시기 바란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