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6월 23일,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 7번째로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을 돌파하였다. 이는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충분한 국내 시장으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고려시대 이후 중국의 변방이었던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를 거쳐 6.25의
페허를 딛고 짧은 기간에 정말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이번 여름에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어서 타게 된 British Airline의 항공사 책자에 현대-기아차 광고가 멋지게
실려 있었고, 대영제국 히드류 공항에는 커다란 삼성 TV들이 줄지어 있었으며, 호텔방에 들어서자 LG TV가 반기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 의학은? 대한민국 진단혈액의 세계 속에서의 위상은? 우리의 진단과 치료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나 European Hematology Association
(EHA) 연례 학술대회 참석 시 느껴지는 우리의 위상은 초라하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발표 준비로 찾은 최신 review 문헌(Biol Blood Marrow Transplant 2012, 1-10, E-pub)을
읽다가 너무도 반가운 구절을 만났다. 2009년에 한국 다발성골수종 연구회에서 보고한 결과를 주요 내용으로 인용하고 있었다.
대한혈액학회 다발성골수종 연구회의 업적은 익히 알고 있던 터였지만 권위 있는 잡지에서 Korean Multiple Myeloma
Working Party의 보고라고 하며 문단 하나를 할애하고 있음에 무척 자랑스러웠다.
우리 진단혈액이 삼성, 현대, LG와 같이 세계 무대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진단혈액에 있어서 진료 및 연구의 목적은 혈액질환의 극복이므로, 이를 위하여 혈액질환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혈액환자를 직접 대하는 임상의들과 충분히 소통하여 혈액질환을 신속 정확하게 진단하고, 혈액질환 진단과 치료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병태생리학적 관점에서 연구함으로써 진단 및 치료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여긴다. 이를 이루어
우리의 진단혈액이 세계 속에서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진단혈액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단결이다. 대한진단혈액학회는 열린 모임으로 각 회원이 각
일터에서 각자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고, 같이 공부하며, 진료 및 연구에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지혜를 모아 같이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둘째, 각자 진단혈액의 여러 분야 또는 주제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혹은 주위 여건상 맡겨진) 것을 선택하여
집중하는 것이다. 누구나 하루는 24시간이다. 24시간 동안 일 외에도 하여야만 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다 잘 할 수 없고, 만에 하나 다 잘 한다고 해도 만약 그 사람이 그런 능력으로 한
분야에 집중한다면 더욱 출중한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 사람이 여러 분야에 관여하는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기회를 앗아가는 해를 끼칠 수 있다. 관심 분야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기회 또는 검체나 증례를 주고 받음으로써 더욱 훌륭한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진단혈액의 영역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발달된 산업공학기술과 접목하여 더욱 앞선
또는 독창적인 진단혈액 기술 및 장비를 개발할 수 있고, 검체인 혈액과 골수는 혈액질환 뿐만 아니라 면역계 이상, 유전질환
및 줄기세포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재생의학 등과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 이와 같은 분야는 진단혈액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진단혈액이 한의학(동양의학)에서 새로운 통찰과 지혜를 얻는다면 이는 세계 속에서 우리만
가질 수 있는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공부한 의학은 서양의학이고, 동양의학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서양의학이 간과하고 있는 의학적 측면을 동양의학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재작년 EHA와 올 초 일본학자와의
토의에서 조혈미세환경을 조절하는 것이 조혈줄기세포를 포함한 조혈계, 면역계와 신경계라는 내용을 듣고 인체의 각 부분이 연계되어
있다는 동양의학의 이론이 서양의학에서 밝혀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져서 경이로왔다.
다섯째, 진단혈액의 미래를 준비하자. 미래는 과거와 현재 진단혈액을 전공하는 분들이 쌓은
기반 위에 앞으로 활동적으로 일할 젊은 회원들에게 달려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의학도들이 진단혈액을 전공하고 우리 학회에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여 보람되게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고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어가 중요하다.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하여 영어 문헌을 빨리 읽어야 하고, 영어로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논문을 써야 하며, 국제학회에서 영어로 발표를 잘 하고 토의를 원활하게 하여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성을 절감하고 우리 이후에도 무한히 발전하는 대한민국 진단혈액학의 미래를 그리며, 최선을 다하여
일하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돕는 대한진단혈액학회 회원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