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찬 정
울산대학교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1983년 전공의 2년차에 진단검사의학(그 때는 임상병리학) 세부 전공을 진단혈액으로 정한 이래 2021년 8월 말 정년퇴임까지 진단혈액에 관심을 두고 약 39년 동안 진단혈액에 뜻을 두고 일했습니다. 현재도 자문교수로 진단혈액을 하고 있고 약 70세까지는 진단혈액에 계속 관심을 갖고자 합니다. 물론 1996년 전문의가 여럿인 병원으로 이직 하기 전에는 진단검사의학 여러 분야의 일을 했으나 그 때도 주요 관심 분야가 진단혈액이었고, 연구는 주로 진단혈액 분야만 했습니다.

스승이신 조한익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타 병원 동료들과 함께 2001년 진단혈액연구회를 시작하였고, 진단혈액연구회가 2007년 대한진단혈액학회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동안 대한진단혈액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진단혈액분과와 대한혈액학회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봉사했습니다.

특히 대한진단혈액학회 심포지움과 워크숍에서 진단혈액 세부 각 분야의 최신 지견을 익히고 귀한 증례들이 어떻게 진단되고 있는지 알게 되었으며, 2010년에 창간된 e-뉴스레터를 통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새롭거나 중요한 토픽 또는 가이드라인을 접하는 것은 진단혈액 실무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한진단혈액학회 심포지움과 워크숍을 준비하신 학회원 및 e-뉴스레터를 편집하신 학회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진단혈액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공부하며 연구한 경험을 돌이켜 보며 진단혈액 발전을 위하여 아래와 같이 9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1.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임상의들에게는 언제나 신속 정확한 검사 결과가 필수입니다. 혈구검사(CBC)는 혈액질환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에게 실시하는 기본 검사입니다. 제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중환자실 및 일반 병동에서 약 두 달 반 동안 입원하면서 느낀 바로는 생각보다 임상의들은 진단검사에 훨씬 크게 의지하여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질환별 프로토콜에 따라 검사를 처방하고, 환자 상태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바로 진단검사와 영상검사를 실시합니다. 영상검사는 자주 해야 하루 한 번 정도 찍지만, 진단검사는 중환자실에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채혈합니다. 임상의들에게 검사 결과가 없다면 사소한 치료 결정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검사 결과가 늦게 나오면 그만큼 치료가 지연되고, 만에 하나 검사 결과가 잘못 되었고 그 결과를 임상의가 믿고 치료에 들어간다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는 철저한 정도관리(채혈, 검체 운송 및 보관 과정, 장비 및 시약, 검사 관련 지식 및 측정법에 숙련된 인력, 검사과정 및 결과 보고의 오류 방지)와 의심 질환 및 환자 상태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지식이 필요합니다.
    신속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는 TAT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진단혈액 시스템(채혈 및 검체 운송 과정, 장비, 시약 및 검사법 선택, 인력과 공간 구성의 효율적 배치, TAT 모니터링)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2. 최근에 발표된 표준화된 지식(Clinical & Laboratory Standards Institute [CLSI] guidelines;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guidelines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3. AI등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 혁신을 이용(image analyzer등)하고 이를 선도해 나아가야겠습니다.
  4. 혈액검사학(laboratory hematology) 분야에서는 실용적 검사법을 개발하고 이를 빠르게 도입하며, 진단혈액학(diagnostic hematology) 분야에서는 혈액 질환의 병태생리 및 새로운 진단과 치료 후 추적 검사법을 개발하고 이를 임상의에게 소개하여 진단과 치료 후 추적 검사에 이용해야겠습니다.
  5. 진단혈액학 각 세부 분야(일반혈액검사, 골수검사 [질환별로 ALL, AML, MDS, MPN, Lymphoma, Myeloma, HLH 등], 유세포검사, 분자유전검사, 염색체검사, 진단세포학)에 대한 각 분야별 전문가층을 두껍게 형성하여 공동연구를 시도하면 좋겠습니다(한 병원 검체로는 연구를 하기에 대상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6. 검사 후 잔여검체를 보유하고 있는 진단검사의학은 잔여검체를 이용하여 비교적 손쉽게 연구 물질을 확보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데, 대부분 기관 내 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에서는 환자의 동의를 구하라고 합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진단검사의학 전문의가 환자를 만나서 동의서에 사인을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루틴 검사를 위하여 채취된 검체의 잔여검체는 동의서 면제를 해야 하고, 연구 시 검사를 처방한 임상의를 되도록이면 공동연구원으로 포함하는 것이 옳다고 여겨집니다. 귀한 잔여검체가 필요한 연구에 사용되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환자 동의 없이 검사 후 잔여검체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대외적 선언이 타당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 국내외 혈액학 관련 학회(대한혈액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한국혈전지혈학회, International Society for Laboratory Hematology [ISLH], 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 [ASH], European Hematology Association [EHA], International Society of Hemostasis & Thrombosis [ISTH] 등)에 참여하여 공부하고 발표함으로써, 최신 진단 및 치료 동향을 파악하고 대한민국 진단혈액 전문가의 위상을 알려서, 국내외 진단혈액 및 혈액학 전공 전문가와의 인맥을 구축하여 공동 연구 및 표준안 개발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8. 새롭게 출현한 질환(COVID-19등)에 대하여 빠르게 대처(최신 지식 습득, 관련된 검사 set-up, 검사 표준화, 검사 결과를 모아서 공유 및 논문 작성 등)하여 세계진단혈액 분야를 선도하면 좋겠습니다.
  9. 우리가 언제까지나 외국에서 만들어진 장비와 시약을 써야할까요? 우리나라의 첨단 산업기술의 국제적 위상은 탁월하고, 바이오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 셋(우수한 진단혈액 전문가, 탁월한 첨단 산업 기술, 발달한 바이오산업)을 결합하여, 우리의 시장이 작으므로 수출에 역점을 두고 더욱 앞선 또는 독창적인 진단혈액 장비와 시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진단혈액에 뜻을 두고 일한 39년, 길다고 할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하루가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고 끝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진단혈액학은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바뀔 뿐 영원합니다.

  1. 우리 일터에서의 목표는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혈액검사를 통해 최상의 진료를 추구하는 것, 진단혈액분야의 우수한 전문가 양성과 학술 활동과 연구개발을 통해 진단혈액학을 발전시킴으로써 의학과 의료 발전에 공헌하여 환자의 완치 및 좀 더 나은 삶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현명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어느 순간 세계 최고가 되어 있을 것이고, 우리의 진단혈액학은 발전할 것입니다.
  2. 대한진단혈액학회를 중심으로 지혜롭게 업무 및 연구를 분담(세부 전문별로 선택과 집중)하여, 즐겁고 재미있게 협력하여 일함으로써, 자신의 업적을 쌓으며 진단혈액학을 발전시키시길 바랍니다.
  3. 또한 감사가 행복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서로 감사하며 도와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진단혈액을 같이 공부하고 일했던 학회원들, 정말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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