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구
가톨릭의대 진단검사의학교실


진단검사의학은 검사시스템을 기반으로 검사정보를 생산 제공함으로써 의료를 구현하기 때문에 검사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바탕을 이루는 물리화학, 기계공학, 전자통신, 컴퓨터 등등의 과학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최근 첨단의료를 선도하는 분야에 진단검사의학이 맨 앞에 있고 그 중에서도 진단혈액분야가 제일 앞에서 달려가고 있다. 이것은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획기적으로 발전된 과학기술의 효과가 진단검사의학 분야에 직접적으로 미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가 있는 시기가 되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들을 자신들의 전문영역에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맡게된다. 특히 진단혈액분야는 최근 분자유전 분야에서 발생된 차세대염기서열 분석기술(NGS) 과 인공지능(AI) 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 분석기술(IA) 등 제4의 물결들이 합쳐져 쓰나미를 이루고 있다.

그 동안에도 진단검사 분야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비롯된 크고 작은 변화의 물결들이 밀려와서, 우리 진단검사 전문가들이 이를 검사에 적용하여 정확도, 정밀도와 표준화 등 검사의 질적 향상과 함께 신속성, 자동화와 대량화 등 검사의 효율성 향상을 이루어 검사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다하여 왔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새로이 도입될 검사방법의 엄격한 평가를 통하여 장단점과 검사 수행 시 고려사항들을 파악하여 검사에 적용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방법적용에 따른 검사 프로토콜의 변경은 물론, 검사 프로세스의 재조정과 인력과 공간의 재배치와 같은, 검사실 전반에 걸친 운영 전략의 재수립 등,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기반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일반혈액검사의 예를 들어보면, 수기법 헤모글로빈 측정 및 혈구 수와 망상적혈구 수 계산에서 시작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자동혈구 계산기를 거쳐 현재는 수많은 유용한 인덱스가 한번에 제공되는 자동혈구 분석기가 사용되고 있다. 또한 백혈구 감별계산과 비정상 백혈구 감별 및 적혈구형태 이상, 말라리아 원충 검출, 혈소판 응집 등을 알아내기 위해 말초혈액도말 염색 검경을 검사에 이용하고 있는데, 표준화가 어려운 검사자의 검경부분을 대체할 목적으로 AI 가 적용된 IA 가 개발되고 있다. 현재 최종확인을 위한 검사자의 검경이 필요하기는 해도 임상검사에 적용되고 있고, 앞으로 개선됨에 따라 검사자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진단혈액 분야에는 진단검사의학 분야 중 유일하게 여러가지 검사 결과들을 개별 환자를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분석 판단하여 환자의 질병을 최종 진단하는 역할이 있다. 혈액종양 등, 혈액질환의 진단을 위해서는 일반혈액검사를 비롯하여 말초혈액 도말과 골수 도말 및 생검 조직의 형태학적 검사, 유세포 분석을 이용한 면역표현형 검사, 그리고 염색체 검사와 세포유전학적 및 분자유전학적 검사를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질병의 원인 유전자변이 및 예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들에 대한 검사정보가 병의 진단과 분류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최근에 NGS 방법을 분자유전학적 검사에 도입함으로써 수많은 유전자 변이를 한번에 검사할 수 있게 되어 질병의 진단과 분류 뿐만 아니라 예후판단 및 타겟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었다. 진단검사의학과 과내 진단혈액 집담회 형태에도 이에 따른 변화의 물결이 일어 NGS 를 이용한 분자유전학적 검사 결과까지의 모든 관련검사들을 환자 별로 종합하여 내린 최종진단을 리뷰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내용으로 변화되어 환자중심의 검사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발전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기존의 검사항목에 새로운 방법들을 개발 적용하여 검사의 질적 향상과 검사의 운영의 효율화 등 검사실의 크고 작은 혁신을 이루어 가야 하는 역할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새로운 방법의 개발이나 적용에 앞서 의료를 선도하는 것은 역시 의학적 지식의 발전이다. 질병의 진단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표지자 또는 검사항목의 개발 및 발견이 있어야 첨단의 검사방법들도 여기에 맞추어 개발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의 경우, 질병에 이환된 적혈구가 산성화혈청에 쉽게 용혈된다는 특성을 알아내어 Ham 시험을 진단검사로 이용하다가 용혈의 원인이 적혈구표면에 보체조절인자의 결핍임을 알아내어 유세포분석에 의한 이들 인자의 결핍을 진단검사로 사용하였다. 현재는 근본적인 병인이 되는 GPI-anchor 의 결핍을 FLAER 로 백혈구에서 측정하는 단계로 의학적 지식의 발전에 따라 진단혈액검사가 진보하였고 병태생리인 만성적 혈관내 용혈에 대해 작용하는 에쿨리주맙이 개발되어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궁극적으로 질병의 발생 또는 진행의 메커니즘을 알아내어야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이 만들어져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비단 PNH 뿐만이 아니라 만성골수성 백혈병의 예를 통해서도 잘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혈액질환의 병태생리에 대하여 연구하는 역할은 혈액질환이 궁극적으로 발생하는 장소인 골수와 혈액을 검사하고, 종합하여 혈액질환의 최종진단을 맡고 있는 우리 진단혈액 전문가들에게 주어져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우리 진단혈액 전문가들에겐 혈액질환의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새로운 의학적 지식들을 원스톱으로 바로 진단혈액 표지자나 검사항목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경쟁력으로 우리나라 진단혈액이 의학발전에 기여하고, 세계의료를 선도하여 궁극적으로 질병을 극복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변화의 시대에 우리 진단혈액 전문가들에게 부여 된 역할로 생각된다.